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기묘하고도 감동적인 다중우주의 향연

by 가지가지한다 2025. 3. 30.

2022년 개봉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는 단순한 다중우주(Multiverse) 영화가 아닙니다. 장르를 넘나드는 혼돈 속에서도 강한 감정선을 유지하며, 이민자 가정의 삶과 가족 간의 화해라는 깊은 주제를 담아낸 작품입니다.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다니엘스)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양자경, 키 호이 콴, 스테파니 수, 제이미 리 커티스 등의 배우들이 열연을 펼쳤습니다.

 

이 영화는 202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양자경), 남우조연상(키 호이 콴), 여우조연상(제이미 리 커티스) 등 총 7개 부문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수상 경력을 넘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와 독창적인 스타일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를 "혼돈 속의 질서", "액션과 코미디, 그리고 철학"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혼돈 속의 질서 – 다중우주 속에서 길을 찾다

영화는 주인공 에블린 왕(양자경)의 평범한 일상에서 시작됩니다. 그녀는 미국으로 이민 온 중국계 여성으로, 세금 문제로 국세청을 방문하는 날,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 콴)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목격하며 다중우주의 존재를 알게 됩니다. 이후 에블린은 무수히 많은 평행우주에서 다른 삶을 살아온 자신의 모습과 연결되며, 거대한 혼돈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다중우주는 SF 장르에서 자주 활용되는 개념이지만, 이 영화는 이를 독창적으로 해석합니다. 보통 다중우주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화려한 CGI와 거대한 서사를 중심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다중우주 개념을 보다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영화 속에서 다중우주는 철저한 규칙을 가지고 작동합니다. 특정 행동(예: 신발을 바꿔 신기, 벽에 침 뱉기 등)을 하면 다른 우주의 자신과 연결되어 해당 세계의 능력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영화의 주제와도 연결됩니다. "만약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내 인생은 어땠을까?" 하는 질문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며, 수많은 가능성이 존재하는 혼돈 속에서도 결국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2. 액션과 코미디, 그리고 철학 – 모든 장르를 넘나드는 영화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하나의 장르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SF, 액션, 코미디, 드라마, 철학적 성찰까지, 다양한 요소가 한데 섞여 있지만, 각 장면은 강한 개성과 유기적인 연결을 가집니다.

 

액션 장면에서는 홍콩 무협 영화의 영향을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양자경은 과거 〈와호장룡〉(2000)에서 보여줬던 무술 실력을 다시 한 번 선보이며, 키 호이 콴 역시 재키 찬 스타일의 액션을 연상시키는 유연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특히, 국세청에서 펼쳐지는 ‘허리팩(페니팩) 액션’ 장면은 기발한 무술 연출과 코미디가 조화를 이루며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한편, 코미디 요소도 강렬합니다. 핫도그 손가락을 가진 세계, 너구리를 머리에 얹고 요리를 하는 세계 등 일견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설정들은 영화가 가진 감정선과 대비를 이루며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하지만 이 장면들이 단순한 개그로 끝나지 않고, 가족 관계와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한다는 점이 이 영화의 강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영화가 가진 철학적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줍니다. 영화 속 에블린의 딸 조이(스테파니 수)는 "조부 투파키"라는 정체불명의 존재로 등장하며, 그녀는 모든 가능성을 경험한 끝에 삶에 의미가 없다고 느끼는 존재가 됩니다. 조이는 거대한 블랙홀(에브리씽 베이글)을 만들어 "어차피 모든 게 무의미하다면, 사라지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극단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하지만 에블린은 다중우주를 넘나들며 "삶은 무의미할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직접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니힐리즘(허무주의)을 넘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가족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긍정적인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3. 마무리 – 혼돈 속에서도 길은 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단순한 다중우주 영화가 아닙니다. 시각적 혁신과 장르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동시에 가족과 삶의 의미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가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닙니다. 기존 블록버스터들과 달리, 기술적 혁신뿐만 아니라 감정적 공감과 철학적 메시지를 조화롭게 결합했기 때문입니다.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영화는 말합니다.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랑과 연결이다."